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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의 현장 수첩: 홍대 업소 메뉴 원가 해부 썰, 사장 몰래 본 진짜 생존 방정식

2023년 내가 가장 자주 간 홍대 단골집 다섯 곳 중 네 곳이 문을 닫았다. 흔한 말처럼 임대료나 불경기를 탓하기엔, 홀로 버틴 한 곳의 운영 방식이 너무 달랐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가게마다 포스터를 찍고 집에 가서 재료비를 역산하는 버릇을 고치지 못한다. 그 데이터가 말해주는 건 단순한 숫자 이상이었다.

실패의 공통점: 모든 메뉴에 같은 마진을 꽂은 구조

문 닫은 A닭갈비집을 떠올려보자. 사장님은 늘 인사가 좋았다. "단골 덕에 버티고 있습니다"라는 그 말이 무색하게 10월에 간판이 내려갔다. 내가 본 치명적 원인은 간단했다. 닭갈비 1인분(14,900원)의 고기량이 150g도 안 됐다.
당시 마트 기준 생닭이 kg당 6,000원대 후반이었으니 1인분 재료비만 30%를 넘겼을 테지만 진짜 문제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샐러드, 떡, 소스까지 더하면 접시당 6,000원 가까이 들어갔다.

치명적이었던 건 닭갈비, 찜닭, 볶음밥 할 것 없이 모든 메뉴의 재료비율이 35~40%로 균일했다는 점이다. 원가가 오르자 가격을 올렸고, 단골은 바로 이탈했다.
살아남은 B파스타집은 달랐다. 기본 오일파스타 9,900원의 재료비는 1,500원 내외였다. 손님은 싼 가격에 끌려 들어와 해산물이나 치즈 토핑(추가 3,000~5,000원)을 질렀다. 실제 평균 인당 결제액은 14,000원이었고, 그 추가 메뉴의 재료비율은 15% 아래였다. 기본은 유인책으로, 진짜 수익은 업셀링에서 뽑아냈다.

발견한 두 번째 패턴: 음료의 레버리지를 못 쓴 집들

30종 막걸리를 내세운 C주점은 1년을 못 채웠다. 막걸리 한 병(8,000원)의 유통마진까지 감안한 원가는 3,500원 수준. 문제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김치전 하나(15,000원)에 들어간 프리미엄 식재료가 발목을 잡았다. 안주 매출 비중이 너무 높았다.
게다가 안주 회전율이 시원찮았다.

반대편 D포차는 생맥주를 5,000원(원가 약 1,200원)에 팔면서 안주 가격을 10~20% 더 높게 매겼다. 대신 안주를 시키면 생맥주를 1,000원 깎아줬다.
내가 자리 잡고 관찰한 시간 동안 손님 넷 중 셋은 안주를 시켰고 거기에 사이드 메뉴를 하나 더 골랐다.
음료 마진으로 안주의 손실을 메우고도 남는 구조였고, 망한 집들은 '안주가 수익의 전부'라는 생각에 갇혀 음료를 도구로 쓰지 못했다.

그래서 형님이 보는 생존 공식

살아남은 곳의 공통점은 메뉴판의 디자인이 아니라 가격 전략에 있었다. 특정 항목은 과감하게 낮춰 유입 통로로 만들고, 다른 항목에서 마진을 도려내는 방식이었다.
요즘은 나처럼 이런 계산에 관심 갖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객장 정보나 회전율 데이터를 사전에 비교할 수 있는 서비스도 생기더군.
직접 앉아서 계산기 두드리기 전에 이런 지표들을 먼저 확인할 수 있다면, 몇 번 가다 간판 바뀌는 집에 정 붙이는 삽질은 안 해도 될 것이다. 자세한 내용 보기

지금도 홍대 골목을 지날 때면 A닭갈비집 자리에 새로 붙은 간판을 보게 된다.
그 집은 어떤 계산을 들고 왔을지 궁금하지만, 난 아마 며칠 안 가 또 포스터를 찍고 있을 거다.
원래 단골이라는 건 사실 냉정한 감시자니까.